10년 후 택시 1만 대가 하늘에 뜬다…성큼 다가온 UAM시대 승자는? [베인의 위닝 전략]페이스북 공유하기 엑스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공유옵션 더보기폰트크기조정입력2025.02.05 06:01 수정2025.02.05 06:01
한경비즈니스외고 기자[베인의 위닝 전략]
캘리포니아 상공을 가르는 조비에비에이션의 ‘플라잉 택시’. 사진=조비에비에이션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꿈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6년 미국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T모델’이 자동차 대중화를 이룬 것처럼 항공기도 대중화하겠다며 ‘포드 플리버(Ford Flivver)’를 선보였다. 하지만 시험비행 중 사고로 생산이 중단됐고 이후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전기 추진 기술의 발전으로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등장했던 ‘플라잉 택시’ 상용화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드론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약이나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플라잉 택시는 안전성 문제로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세계 곳곳에서 기업들이 시제품을 내놓고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으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플라잉 택시, 2040년 4만5000대 규모로 성장
AAM 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핵심은 전용 기체다. 기존 비행기나 헬리콥터로는 UAM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행기는 긴 활주로가 필요해 건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 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헬리콥터는 좁은 공간에서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소음이 크고 내연기관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이 많아 미래 교통수단으로 부적합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전자 수직이착륙 항공기(eVTOL)다. 작은 크기의 모터 여러 개를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방식을 채택해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실제 승객이 탑승 중에도 헤드셋 없이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전기 동력을 사용해 운항 중 탄소배출이 전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베인 추산에 따르면 글로벌 eVTOL 시장은 2035년까지 1만2000대, 2040년까지 4만5000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수십 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민간 항공 분야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eVTOL 상용화 레이스의 선두 주자인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은 2023년 11월 뉴욕 맨해튼 상공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조비의 ‘S4’ 모델은 맨해튼에서 JFK공항까지 7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게 조비 측의 설명이다. 기존 육상 교통으로 1시간 이상 걸리던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다.
조비는 일본의 도요타, 미국의 델타항공 등으로부터 22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SK텔레콤도 1억 달러를 투자하며 한국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 회사는 미 연방항공청(FAA) 인증 5단계 중 3단계를 업계 최초로 통과하며 상용화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2018년 설립된 아처에비에이션은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이 회사에 지난 2년간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아처의 ‘미드나이트’ 기체를 독점 생산하기로 했다. 중국 이항의 2인용 드론택시 ‘EH216-S’는 세계 최초로 형식인증과 감항인증을 획득하고 14개국에서 4만2000회 이상의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중국 내에서 빠른 상업용 운항이 예상되지만 ‘2인승, 비행거리 35km, 시속 130km’ 등 제한적인 성능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모든 eVTOL 개발 기업이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eVTOL 선두주자였던 독일 볼로콥터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최근 파산 신청을 했다.
eVTOL 시장 성장 전망. 그래픽=정다운 기자고가 기체와 짧은 수명이 수익성 확보 걸림돌
성공적인 eVTOL 상용화의 관건은 수익성이다. 우선 45인승 eVTOL 기체 한 대 가격이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더구나 경제수명이 10년에 불과해 지속적인 기체 교체가 필요하다. 수십 대 규모의 기체를 운영하려면 초기 투자비용만 최소 수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UAM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연간 최소 1000시간 이상을 운항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하루 평균 2.7시간 이상의 운항이 필요한 셈이다. 악천후와 야간비행 등 모든 기상조건에서 운항이 가능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현재 개발 중인 대부분 기체가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eVTOL의 거점인 도심 내 ‘버티포트’ 구축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이착륙장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도심 내 적절한 부지 확보도 어렵다. 또한 소음과 안전성 문제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특히 효율적인 ‘도어 투 도어’ 서비스 구축도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버티포트까지의 이동과 보안검색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비행으로 절약되는 시간보다 길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요 기업들은 통합 예약 시스템과 지상 연계 교통망 구축에도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교체 비용도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eVTOL은 기존 헬리콥터보다 단순한 기계 구조로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고가의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배터리 교체 비용이 전체 운영비의 15~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2030년대 중반이 되면 자율주행차와의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단거리 구간에서는 저렴한 자율주행 서비스가 eVTOL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베인 분석에 따르면 50km 이내 단거리 구간에서는 자율주행차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파일럿 인건비, 버티포트 사용료, 보험료, 에너지 비용 등 운영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초기에는 헬리콥터 수준의 고임금 파일럿이 필요해 인건비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 자율비행이 2030년대 후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그때까지는 높은 인건비 부담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eVTOL 운영사들도 현재 우버나 리프트와 같은 공유 모빌리티 기업들의 초기 사업 전개 과정처럼 상당 기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익성 확보까지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AM 대중화, 비용절감·기술혁신 잡아야시장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개발 중인 대부분 기체가 기존 헬리콥터 대비 소음과 운영비를 크게 줄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는 도심 내 운항에 큰 장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응급의료, 화물 운송, 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활용이 기대된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는 충전 시간과 비행 거리에 한계가 있어 보다 효율적인 배터리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는 2025년까지 충전 시간을 30분 이내로 단축하고 비행 거리는 현재보다 50%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규제 환경 정비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정부는 eVTOL의 안전성 검증과 운항 규정 마련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FAA는 2028년까지 상세한 운항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며 다른 국가들도 이에 발맞춰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후가 UAM 시장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FAA 인증과 초기 상용화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eVTOL 상용화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항공기 제조, 부품 공급, 충전 인프라, 정비 서비스 등 연관 산업 발전도 기대된다.
100년 전 헨리 포드의 꿈을 이뤄줄 플라잉 택시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 관건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비용절감이 필요하다. 시장참여자들의 지속적인 혁신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어우러진다면 eVTOL은 도시 교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