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드론으로 잡자" 값싼 드론 공격에 정찰하던 무인기 추락

조회 : 6  2024-12-16 플라이존드론교육원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213511335

 

 

전쟁은 국가의 모든 요소를 동원하는 총력 체제다. 기존에는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했거나, 군대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던 장비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전술에 의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드론이 대표적 사례다. 취미나 민간 영상 촬영, 지도 제작 등에 사용되던 저가 상업용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적인 무기로 쓰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폭발물을 탑재한 형태로 개조한 FPV 드론. 게티이미지

특히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군에서 탄약 부족에 따른 대안으로 떠오는 1인칭 시점 (FPV) 드론은 사용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비행 중인 러시아 무인정찰기를 들이받아 격추하는 방공무기로도 쓰이는 모양새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눈’을 가리는 역할을 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격을 늦추고, 전장의 불확실성을 한층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러시아 ‘킬 체인’ 단절·지연 효과

 

우크라이나가 FPV 드론을 전장에서 사용하게 된 것은 러시아군을 타격할 포탄이 제때 공급되지 않은데 따른 궁여지책이었다.

 

FPV 드론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제작업체가 많고, 대량생산이 이뤄지고 있어서 구하기도 쉬웠다. 드론을 약간만 개조하면 강력한 폭발물로 바꿀 수 있다. 사실상의 자폭 드론인 셈이다.

 

철저하고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다루는 FPV드론은 박격포보다 더 먼 곳까지 날아가서 적군을 타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중국산 DJI 드론을 컨트롤러를 이용해 조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이는 FPV 드론은 시속 100~180㎞의 속도로 20㎞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전선에서 FPV 드론을 마주치면 피하기가 어렵다.

 

열려있는 건물 창문으로 들어가 표적을 타격하는 영상이 공개될 정도로 기동성이 뛰어나고, 폭발물을 탑재하면 장갑차나 건물도 파괴할 수 있다. 

 

가격 350달러(50만원) 정도라 다른 재래식 무기보다 훨씬 저렴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썼던 FPV 드론은 러시아군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고, 러시아군은 드론과 조종사를 연결하는 전파에 대한 전자전을 감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FPV 드론에 대응해야 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무인정찰기는 지상 감시·정찰을 위해 느린 속도로 특정 지역을 반복적으로 비행하게 된다. 이때 우크라이나군 FPV 드론이 러시아 무인기 후방으로 접근해서 동체를 들이받는다. 갑작스런 충돌로 균형을 잃은 무인기는 지상으로 추락한다. 

 

러시아군이 폭발물을 탑재한 형태로 개조한 FPV 드론. 세계일보 자료사진

FPV 드론으로 러시아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우선 러시아의 킬 체인을 단절하는 효과가 있다.

 

킬 체인이 작동하려면 감시정찰자산으로 지상 표적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지상통제소로 보내서 분석한 뒤 미사일·전투기·자폭드론 등으로 타격하는 절차가 톱니바퀴처럼 오차 없이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군 무인정찰기가 우크라이나 FPV 드론의 공격을 받아 격추되면, 새로운 감시정찰자산을 투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군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시간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동식 지휘소나 자폭드론 발사차량, 자주포처럼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표적을 추적하는데 치명적이다. 러시아군으로선 추가 정보가 들어올 때까지 공격 시도가 어렵다.

 

특정 지역 상공을 배회하다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표적 정보를 토대로 공격을 감행하는 배회탄약이나 자폭드론은 이같은 시간적 공백에 취약하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공격을 회피할 기회를 얻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다연장로켓, 공대지 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으로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공군기지나 레이더 등의 방공망을 공격하는 시도도 줄일 수 있다. 타격 목표에 대한 최신 정보 입수가 늦어진다면, 타격 작전 또한 지연된다.

 

방공능력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러시아 무인정찰기가 자유롭게 비행을 하면, 러시아군의 폭격이나 포격 정확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반드시 격추시켜야 한다.

 

하지만 무인정찰기를 요격하기 위해 고가의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

 

러시아 전투기나 순항·탄도미사일이 계속 우크라이나 지역을 공습하는 상황에서 패트리엇(PAC-3)을 비롯한 지대공미사일을 무인정찰기에 사용할 수 없다.

 

반면 FPV 드론은 지대공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공중에서 움직이는 무인정찰기를 단번에 들이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조종사가 필요하지만, 지대공미사일을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일선부대에 충분히 배치할 수 있을 정도의 물량도 확보할 수 있다.

 

러시아군 장병들이 드론 조작법을 배우기 위해 교관의 드론 조종을 지켜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직후 실시할 추가 정찰 시도도 방해를 받는다.

 

러시아군 입장에선 공격작전의 효과를 판단한 뒤에 재공격 여부를 결정하거나 다른 전술적 행동을 실시해야 한다. 일종의 피해 평가다.

 

이를 위해선 무인정찰기의 정찰이 필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군 FPV 드론이 요격을 감행하면, 러시아군의 정찰은 제약을 받게 된다. 이는 전장의 불확실성을 높임으로서 러시아군 수뇌부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게 된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 FPV 드론의 요격시도를 저지하는 방법을 내놓고 있다. 위장 무늬를 그리거나 무인정찰기 후방에 카메라를 장착해 FPV 드론의 접근을 사전에 파악해서 회피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도 FPV 드론을 여러 대 동원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어서 드론 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당분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북한이 지난달 22일 공개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에서 북한이 개발한 드론들이 전시되어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반도에도 등장할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드론이 사용되면서 세계 각국도 드론을 이용한 전술 연구에 나서고 있다. 최근 대만도 FPV 드론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드론의 정찰능력과 화력을 결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인도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있다.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을 단행한 북한군도 드론 전술을 학습해서 한반도 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북한군 1만여명은 러시아에서 드론 작전을 포함한 군사훈련을 받았으며, 일부는 전투현장에 투입됐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에 맞서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투입하고 있고, 전파방해를 비롯한 대드론작전 기술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전쟁 양상이 격렬하게 진행되면서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

 

현지에서 러시아군으로부터 훈련을 받고 참전한 북한군이 러시아의 드론·대드론 전술을 습득해서 한반도 전장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990년대부터 무인기를 운용했던 북한은 최근 자폭드론을 개발해서 공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최신 드론 운용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러시아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북한군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드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FPV 드론은 북한에 새로운 옵션을 제공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FPV 드론은 쉽게 구할 수 있고, 간단한 개조만으로도 군사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자폭드론이 지상에서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반도가 산악지형이 많지만, 산 정상에선 그만큼 가시거리가 더 넓어지므로 FPV 드론을 사용하기가 더 용이해진다. 

 

북한군은 과거에 위성항법체계(GPS) 교란 등으로 전자전 능력을 지녔음을 과시한 바 있다. 무인기 운용기술도 축적한 북한에게 FPV 드론은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숙련된 FPV 드론 조종사를 양성하는 문제가 남아있는데, 인터넷 사용이 저조한 북한에서 FPV 드론 조종사를 다수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전문가들은 북한군도 훈련만 받으면 FPV 드론을 다루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페데리코 보르사리 유럽 정책 분석 센터 연구원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그들(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좋은 훈련을 받는다면, 능숙한 조종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장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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